1. 첫 발병
2012년 9월17일 추석 하루전날 저는 31살의 나이에 스마트110이라는 라섹수술을 하였습니다. 자가혈청을 안약으로 넣었고 회복도 잘되고 있었어요. 수술3일 뒤, 실내에서는 어느정도 눈이 편안해지더군요. 그래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씨에 선글라스를 끼고 바깥 나들이를 처음으로 하였는데 너무 눈이 부셔서 눈뜨기가 힘들더군요. 결국 눈을 거의 감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옆사람에게 기대서 다니다 왔습니다. 시력은 계속 회복되어 1.5까지 올라가더군요. 0.1~2밖에 안되던 두더지 눈이 그렇게까지 훤해지니 날아갈것 처럼 좋았습니다. 최종적으로는 1.2정도의 시력에 안착되었습니다. 수술 2주가 지나고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서 수술 후 처음으로 와인(술)도 마시고 늦게까지 수다도 떨었습니다. 잘때 렌즈 안빼도 되고 못생겨지는 동글뱅이 안경도 안써도 되고, 자다가 화장실갈때도 여기저기 더듬지 않아도 되고 너무 좋더라구요. 그런데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갑자기 온세상이 그래픽카드가 깨진 컴퓨터의 모니터화면처럼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번개가 치는것 같기도하고 이상한 섬광같은게 보이기도 하고 눈을 뜨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일요일 오후라 일단 집에간 후 다음날 안과에 갔고 안압이 37까지 올라가 있었습니다. 포도막에 염증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2. 증상
시야 흐림 / 두통 / 집중력 저하 / 사물의 초점이 맞지 않음 / 섬광/ 우울함 / 공포
여러 질병들은 모두 아픔과 심리적인 위축, 두려움을 유발하지만 당장 눈앞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의 공포가 크더군요. 앞을 쳐다보고 있어도 초점이 맞지 않은 동태눈이 되고 제대로 힘있게 사물을 응시할 수 가 없고 시야가 흐려 집중이 도통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누가 눈에 약을 넣어서 동공을 풀어놓은것 처럼 아무리 힘을주고 또렷하게 보려해도 그게 안되더군요.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자 우울감과 공포가 느껴졌습니다. 안압이 함께 오를때면 눈알이 땡땡하게 부어 튀어나올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증상이 있는 쪽 머리도 함께 마비된것 처럼 뻐근한 불편감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밤에 빛퍼짐이 매우 심했는데 저는 운전을 하지 않았지만 운전을 했다면 야간 운전은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3. 치료
안과 에서는 안압을 내리기 위해서는 코솝이라는 약을 썼습니다. 안압과 관련한 질환인 녹내장 환자들이 주로 쓰는 약이였습니다. 보통 하루에 2번정도 넣었습니다. 이 약을 넣으면 신기하게도 물이 가득찬 물주머니 같이 땡땡하게 부워있는 눈에서 물이 빠져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프레드포르테 라는 약을 썼습니다. 뿌연 현탁액이라 잘 흔들어서 사용해야 합니다. 심할때는 하루에 4~6번정도 사용해야 했습니다. 매시간 약을 넣는것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습니다. 코솝과 연이어 바로 넣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코솝을 먼저 넣고 적어도 5분이상의 시간간격을 두고 넣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염증이 사라지지 않고 몇달씩 지속되고 약을 끊으면 또 금방 재발하기를 3~4달 반복하니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서울에 포도막염으로 아주 유명하다는 한의원에가서 백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한약도 먹어봤습니다. 그 곳에서는 완전히 효과가 있으려면 1년은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 약값만 천만원정도 들어야 했습니다. 확실한 확신만 있다면야 먹을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머뭇거려져서 두달정도만 먹어봤는데 별 효과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이후 8년이라는 시간동안 계속해서 재발을 반복하여 1년에 절반이상은 안약을 넣어야 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4. 증상 관리
그렇게 오랫동안 병을 얻다보니 나름대로의 노하우 같은 것도 생기더군요. 이를테면 염증이 생긴것 같은 느낌이 느껴지는 것 입니다. 증상이 있는 눈에 초점이 흐려지고 한쪽 머리가 뻐근한 것 같은 느낌이 오면 바로 병원에 갔고 대부분은 재발이 확실했습니다. 병원에서도 제가 증상을 잘 느낀다며 그런 느낌이 있을때 얼른 얼른 오라고 하시더군요.
처음에는 라섹수술 후 얼마안되어 증상이 생겼기 때문에 수술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포도막염은 일종의 면역질환 같은 것에 가깝고 유전자 검사에서 류마티즈염과 연관성이 높은 관련 인자가 있기도 하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도 해봤습니다만, 저의 경우 이상은 없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느낌에 증상에 가장 영향을 준다고 느꼈던 것은 밝은 전자제품 화면의 불빛, 피곤함, 밝은 햇빛, 술이였습니다.
전자제품은 TV-데스크탑 컴퓨터 모니터- 조금 작은 테블릿노트북 모니터-핸드폰 순서로 더 많은 자극을 주었습니다. 조금만 해도 눈이 피곤하고 계속 보기 힘들었는데, 참아가며 또 보고 또보고 한 다음날은 높은 확률로 증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핸드폰은 아예 보지 않으려 노력했고 모니터 화질이 유독 쨍한 기계들은 사용하지 않고 화면 밝기를 낮추었으며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사용했습니다.
피곤함을 관리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더군요. 체력을 기르려고 운동을 하면 피곤해서 증상이 생기고, 아무것도 안하면 체력이 없어서 계속 피곤하니 말입니다. 규칙적으로 먹고 나쁜음식 덜 먹고, 영양제를 골고루 챙겨먹었습니다. 루테인이나 비타민A, 지아잔틴같이 눈에만 좋은 영양제를 먹을것이 아니라, 비타민류, 활성산소억제하는 항산화류 등등을 골고루 먹었습니다. 그리고 일찍 잤습니다. 저 같은 경우 피곤한데도 억지로 참으면서 깨어있는것 역시 높은 확률로 증상을 재발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11시전에 거의 잤습니다.
밝은 햇빛 아래서 활동을 많이 하는 것 역시 눈에 매우 자극적이였습니다. 특히 바닷가 같은 곳에 맨눈으로 있던 다음날에는 거의 재발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정말 진한 선글라스를 꼭 챙겨서 썼습니다.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 사는 분들이 왜 그렇게 선글라스를 많이 쓰고 다니는지 알겠더군요. 눈이 건강하신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좋지 않은 저는 그 위험이 바로 느껴지더군요.
술은 끊었고 가끔 맥주나 막걸리같이 가벼운 도수의 술을 마셨는데 그것도 좋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연관성이 확실히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쨋거나 술을 조금 자주 먹었던 시즌에는 재발도 잦은 느낌이라 무알콜맥주만 마시고 아예 술을 끊었습니다.
5. 재발하지 않은지 2년째
드디어 어느날부터인가 재발을 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런건지는 저도 사실 잘 모릅니다. 제 나름대로의 증상관리가 먹혀들었을수도 있고 라섹수술 후 불안정해 졌던 눈이 시간이 오래 지나 안정을 찾은 건지도 모르죠. 병원에서 주말같은때 갑자기 증상이 생길 수도 있으니 상비약으로 주었던 일회용 코솝과 위에 말씀드린 프레드 포르테보다 조금 약한 염증약인 로테프로 상비약은 사용하지 않아 유통기한이 지나있기에 최근에 버렸습니다. 기분이 좋더군요. 요즘도 살짝 느낌이 불편할때는 무조건 바로 병원에 갑니다만, 최근에는 재발된 경우가 없어서 더 가벼운 염증약인 후메론을 처방받아 한두번 넣고 말았습니다.
병원에서 녹내장검사와 혹시라도 안압이 자주 오르며 시야손상이 왔는지 검사해봤으나 다행히 전혀 이상은 없었습니다. 시력또한 증상이 사라지면 회복되어 현재는 1.0정도 시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7~8년을 한해의 절반은 스테로이드 안약을 넣으며 살아왔으니 앞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눈을 더 아끼며 살아야 하겠죠? 왜 그런말도 있잖습니까. 안경쓴 사람들은 눈이 더 나쁜거지만 평생 안경알이 자외선 차단을 해주기때문에 안경안쓴 사람들보다 나중에 백내장 발생 비율이 더 적어진다고요. 저도 예전에는 정말 몸을 막 혹사하며 살았는데 포도막염 때문에 술도 끊은지 거의 10년, 규칙적인 생활도 거의10년째 입니다. 어떻게 보면 예전보다 지금의 몸 상태가 더 나은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힘드시겠지만 긍정적인 생각 하려고 노력하시고 이 글이 도움이 되신다면 참고하셔서 꼭 극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생활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키워드 상식] 알면 스마트해지는 용어 ESG (0) | 2021.10.15 |
---|---|
넷플릭스의 차기 기대작 지옥, 오징어게임 넘어설 수 있을까? 줄거리 등장인물 (0) | 2021.10.14 |
충격의 던킨도너츠 사건 총정리와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현재상황 (0) | 2021.10.11 |
대전시 공영자전거 타슈 앱을 이용한 대여방법 (0) | 2021.10.09 |
왜 떴을까? 생생정보통 이PD님 성별은? (0) | 2021.10.08 |
댓글